나는 X세대쯤 되려나?
세대에 대한 이름이 참 다양한데, 사실 나는 잘 사용하지도 않고 그 세대의 특징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20~30대는 MZ세대라고 부른다.
처음 90년대생이 온다 (2018년)라는 책을 읽을때 만 해도
'아~ 세대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구나'를 느끼는 정도였는데
지금 MZ세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는 '두려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일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기때문에
더불어 잘 사는것은 관계맺기와, 관심, 이웃, 소통 이런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MZ세대는 직장과. 개인의 삶을 확연하게 구분하는것을 느끼기 때문에
내가 옳다(?) 생각하는것이 그들에게 옳지 않음이 될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전 X세대가 하는 말은 '개인주의'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던 것 같다.
나도 이타적인 마음과,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공존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직상생활에서 윗사람이 시키는대로 나의 상황과 이유를 묻지않는 회식이나 야근이 불편했고
실제 그것들에 대해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요리조리 빠져나가곤 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필요한 이유와 그래야만 하는 이유들을 공감했고, 인정했다.
그것을 요구하는 나를 직장 동료들 또는 선배들이
그저 '철없는' '어린'친구의 치기정도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그다지 기분상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MZ 세대의 요구(?)사항들을 듣고보면
'우리를 인정해달라'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은 더 이상 어른이 아니다'라는 당당함이 보인다.
내가 두려운 것이 젊은 세대가 보기에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못할까봐 인지,
아니면 젊은세대가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늙어간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들과 함께 더불어 잘 살고싶은데
그들과 친해질 기회들이 그들의 요구에 따라 사라진 채
함께 살아가야하는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것 같다.
그들의 요구사항들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당연함이 왜 나는 불편한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당연하다고 인지한다.
그러나 감성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것에 대해 내겐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회사에선 존칭을 사용해달라'는 신입사원들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말놓아도 돼지?'라고 상사가 물어보면 '네 편하게 하세요'라고 답할 수 밖에 없지않겠나?
후배에게 이런말을 건네는 나의 입장은
'말을 놓을만큼 내가 너를 신뢰하고, 우리가 서로 그만큼 가까워졌어'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나는 상사가 나를 편하게 부를때 그런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나도 나와 친밀해 지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말을 놓으면
'언제봤다고, 얼마나 친하다고 말을 놓치? 무례하군'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MZ세대는 어차피 그것을 구별하지 못할 것이라면 존칭을 사용하는 게 맞다라는 것에서...
나는 괴리감을 느낀다.
'휴가 어디가? 애인은 있어? 우리때는...아이키울때..' 이런이야기는 더 듣고싶지 않아요.
이 말은 개인사적인 영역에 관심을 꺼달라는 말인데
내 입장에서는 '너의 일상을 아는 만큼 우리가 친해졌고 나는 너의 삶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있어' 라는 의미인데,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 때 마치 어린왕자의 여우가 된 듯한 벅찬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적인 영역까지 직장에서 터치받고 싶지않아요가 된다.
심지어 아주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젊은 직원도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사니, 애인이니 이런이야기들은 거의 알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사람의 직장 외의 삶을 모르는데
어찌 직장에서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들은 보여주고싶은 외면만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고,
그로인해 자신이 사는 오해 또는 불편한 이해는 바라지 않는 다는 의미가 될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가까운 사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점점 잃어가는 것 같은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나는 그사이 어느매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조심하려하지만 '상사'라는 입장은 물어도 본심을 들을 수 없는 위치라는 것에
긴장을 늦출수 없는 상황이 불편하다.
툭 터놓고 이야기한다.
나를 알아주는 직장에서 만난친구.
이런건 이제 없는 단어같다.
일과 가정을 너무 다 알면 직장생활에 안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그런 사회를 적응해 나가야 하는
나는.. MZ세대가 말하는 꼰대 인가 보다.
최근 시골에 갔다 엄마가 마당 어귀에 묶어 둔 강아지가 스티로폼을 뜯어놓은 것을
혼내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것을 내 아들들이 옥상에서 놀다 보게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할머니 요즘은 강아지를 그렇게 때리면 동물학대가 되요' 라고 하자
엄마가 흠칫 놀라시며 '너네 할머니 찍고 막 그러지 않았지?' 하고 되물었다.
그 상황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MZ를 두려워 하는 것은
그들이 생각을 말하지 않고
익명성에 투고할수있는 세대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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