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넷인 집에 나는 셋째딸이다.
엄마 아빠를 포함 우리가족은 6인가족이다.
지금은 6인 가족을 상상할 수나 있을까만은
나 어릴적에도 옆집 (옆집은 딸만 다섯,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그 집에 늦둥이 아들이 태어나
자식만 6명인우리동네 최고의 다둥이 가족)을 제외하고 동네에서 우리집 가족 인원수가 제일 많았다.
집에 농사를 돕는 일꾼들이 많아서 끼니와 새참을 끊임없이 요리하던 엄마덕에
먹을 것은 늘 푸짐하게 있었지만 가정식이 아닌 외식을 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우리의 유일한 특식이라고 하면 아버지가 작업반에서 농산물 수매값을 잘쳐 받은 날
검정 비닐봉투에 사오시던 삼겹살이 주요 특식 메뉴였다고 생각된다.
아버지는 삽겹살을 사오시는 날엔~ 대문을 들어서면서 부터~
"오늘은 삼겹살이다~" 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들어오셨다.
그러면 나는 눈치빠르게 거실에 신문지 부터 깔았다. 사방으로 튀는 기름을 막기위해서
아버지께서 늘 신문을 까신걸 눈치껏 따라하는 것이다.
엄마는 그럴때면 텃밭으로 나가서 상추며 깻잎, 오이 당근 등을
따오셔서 수돗가에서 야채를 헹구셨다.
그러면 아버지는 '삼발이'를 외치셨고 오빠는 삼발이를 찾아왔다.
파란색 조그마한 양철가방에 삼발이 버너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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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석유곤로 냄새가 나는 작은 삼발이 버너에 휘발유를 넣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다음 아래 기다랗게 나온 손잡이를 넣었다 뺐다 하시며
바람을 불어넣어 슉슉~소리를 내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붉던 불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버너캡 구멍구멍에 새파란 불이 피어오르면 이제 드디어 고기를 구울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불이 켜지고 나면 아버지는 버너옆에 있는 삼발이꽂이에 세개의 꼬챙이를 꽂았는데
이것이 세개의 발같아서 우리는 이 버너를 삼발이라고 불렀다.
아빠는 삼발이 위에 무쇠그릴을 올리고 쿠킹호일을 네장정도 크게 찢어 그릴위에 펼치고
그릴 모양대로 호일을 쓱쓱 긁어주면 마치 호일이 그릴인듯 그릴이 호일인듯 해진다.
그릴 한모퉁이에 뚤린 기름받이를 젓가락으로 콕 눌러 구멍을 낸 후 그 아래에 놋쇠그릇을 놓아서
고기를 구울 때 떨어지는 기름 받을 준비를 하면 고기 구울 준비는 다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젓가락으로 고기를 들어올려 불판에 올려놓으면
치~~~지직 치글치글.. 소리를 내며 고기주변으로 하얀막이 생기며 삼겹살이 익어간다.
그리고 아버지가 구워주시는 삼겹살의 비장의 무기, 맛소금을 손으로 꼬집어 골고루 고기위에 뿌리고
다시 그 위에 설탕을 손으로 꼬집에 또 골고루 뿌린 후 고기를 뒤집는다
뒤집은 고기도 맛소금과 설탕을 쳐서 고기를 노릇하게 구워내셨다.
고기가 구워지고, 아빠가 양념을 하는 동안에 우리는 젓가락을 들고
모두 고기가 접시에 옮겨지기만을 기다리며 오이도 먹고, 당근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드디어 새하얀 사라(접시)에 노릇하게 구워진 삽겹살이 올려지면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젓가락들이 날아들었다.
우리는 가족인원이 많아서 그랬던건지 항상 쌈에 밥과 고기를 같이 올려서 먹도록 배워서
당연히 모든 쌈은 그렇게 먹는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도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고기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을테니
밥이랑 같이 먹여 배를 채우시려고 그렇게 가르치셨던 것 같지만..
나는 지금도 항상 고기와 밥을 같이 싸먹는것을 너무 좋아한다.
아버지는 고기를 구우시면 고추에 된장을 듬뿍 바르고, 마늘을 하나 올려
크게 상추한쌈을 싸서 엄마에게 건네곤 했다.
그리고 가끔~ 막 그릴에서 구운 채로 내게 한입 입에 넣어주시곤 했는데
또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삼발이 가져와라'는 그 날은 고기파티가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삼발이버너며, 구겨진 신문지를 펼치고, 다 먹고난후 신문을 뭉치는 것
야채를 신문지 가장자리 두곳에 놓고, 밥과 국을 놓고 김치와 야채를 놓고
둘러 앉아 먹던 그 삼겹살이 우리 가족의 행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엄마가 '오늘은 삽겹살이나 먹을까?' 하고 삼겹살을 사야할때면
내게 '미정이네 가서 삼겹살 좋은걸로 한근반만 사와'라고 하셨다.
우리 가족 6명이 함께먹는 삽겹살은 한근반 이었다.
삼겹살, 한근반, 신문지, 삼발이, 은박지, 기름받는 놋그릇, 기름구멍을 내는 젓가락
흐르는 마당가 수돗가에서 야채씻는 어머니, 슉슉 삼발이 버너에 불을 피우는 아버지
젓가락을 입에물고 고기만 기다리는 네명의 똘망한 눈망울들..
이것이 나에겐 행복한 기억의 조각들이다.
나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소금과(맛소금은 잘 안사게 되서..) 설탕을 뿌려 고기를 구워줄때가 많다.
그렇지만 삼발이 버너에 올려구워주시던 아버지의 삽겹살 맛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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