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주머니 06. 염소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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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생각주머니 06. 염소 띠

by jejetiti 202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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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아주 어린 유년기 시절의 기억이

어떤 영화의 한장면처럼 짤막 짤막하게 한토막씩 기억나는 것들이 많다.

 

가끔 그때 내나이가 몇살인가 되짚어 보면

그 기억을 갖고있는게 사실인가 싶을 만치 어릴쩍 기억인거 보면..

내 스스로도 놀랄만큼 어릴적 이야기들도 많다.

 

몇살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막 글씨와 숫자를 썼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날의 기억은 그 사건의 전후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한토막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기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하시던 일터에서 놀던 기억이 많이 있다.

 

그날은 비닐하우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겨울이었던것 같다.

따뜻한 비닐하우스 온기로 나는 점퍼를 벗고 흙바닥에 쪼그리고 않자

나무 작대기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바삐 일을 하다가 나를 스쳐 지나가시던 아버지는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낙서를 해데는 딸을 보면 무슨생각을 하셨던 걸까?

 

갑자기 아빠가 다가오셔서 내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뭐하고 있어?' 하고  물으셨다.

'그림그리고 있어~' 하고 내가 대답을 했고

'우리지혜, 그림도 잘그리네~ 글도 쓸줄알아?'

그말에 신나서 가.나.다.라를 써내려 갔다. 그러자 아빠는 대견스러워 하시며 머리를쓰다음었다.

 

'우리지혜 이제 몇살이지?'

'일곱살'

'아이고~ 내년에는 학교도 가겠네~'

 

'혹시 우리 지혜는 띠가 뭔지 알고있어?'

'띠?' 

나는 그게 무슨말인지 조차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지혜는 염소띠야~

아빠가 가르쳐 줄께 잘 봐~

아빠는 잔나비띠고, 엄마는 뱀띠, 오빠는 토끼띠, 언니는 뱀띠, 동생은 개띠야

너는 염소띠고  염소 알지?'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말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아버지는 가셨다.

그리고 나는 하루 왼종일 아빠는 잔나비, 엄마랑 언니는 뱀, 오빠는 토끼, 동생은 개, 나는 염소.

이러고 외웠다.

외우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것 같다.

잔나비는 어떤 나비일까?

오빠는 하나도 토끼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엄마랑 언니는 좋은데 왜 징그러운 뱀이 되었을까? 나도 여잔데 왜 나만 뱀이 아니고 염소일까?

동생은 강아지처럼 귀여운데~ 띠가 잘어울리네..

띠는 왜 생긴걸까? 왜 띠를 붙였지? 이런 온갖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1학년 이 된 어느날이 었다.

나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생활실태 조사를 종종 하곤했는데

가족수가 몇명인지, 부모님 직업이 무엇인지를 선생님이 부르면 거수로 표시하곤 하는..

지금은 프라이버시라는것이 상상도 할수없는 상태의 조사였다.

 

그러다 띠조사를 하게되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본인이 양띠인 사람 손드세요.'

교실안에 있던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본인이 말띠라고 알고있는 사람 손드세요"

한두명 손을 들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원숭이띠 손드세요"

원숭이띠는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아직 손 안든사람?"

 

나는 수줍게 손을 들었다.

"응 지혜야 너는 무슨띠야?"

모든 아이들이 나를 돌아보았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눈이 나의 눈과 마주쳤다.

"네 저는 아빠가 염소띠라고 가르쳐주셨어요"

그러자 교실안이 왁자지껄거리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고

선생님도 빙그레 웃으시며~

"지혜야 그게 양띠야~"

 

나는 그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나를 돌아보면 눈빛들과 함께

'양과 염소는 다른데?' 라는 어리둥절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날 집에 가서 아버지가 오시자 마자 

'아빠 나 염소띠 아니고 양띠래~ 양하고 염소가 같아? 어떻게 같아?

염소는 우리집에 있는데, 양은 우리나라에 없잖아~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데 어떻게 같아~

우리 선생님이 양이랑 염소가 같데"

 

아빠는 내 재잘거리듯 따지는 소리에 그저 껄껄 웃으셨다.

 

그리고 또한가지

나는 잔나비가 원숭이띠인걸~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알았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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